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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9. 21:28

체험의 전달 지적(知的)2013. 8. 9. 21:28

  인간은 누구나 나름의 '체험'을 한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향을)맡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여러 사람이 완전히 같은 체험을 하고 동일한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금만 생각이나 감각의 '기억'이 다르다면 같은 곳에서 같은 체험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다른 것을 느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도 대개의 경우, 인간들은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갖고, 이에 크게 벗어난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떠한 상황을 체험한 인간이 자신의 느낌을 다른 인간(들)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경우이다. 사람들은 글, 그림, 사진, 말, 행동, 소리 등의 의사 전달 매체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체험'과 그 체험으로부터 도출된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자 한다.


  가장 흔한 예로, 멋진 자연의 풍경을 보고 감탄하며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가 후에 지인들에게 보여주는 촬영자의 경우가 있겠다. 촬영자가 해당 문화권의 보편적인 감각의 소유자라면 그(또는 그녀)의 지인들은 사진을 보고 감탄할 것이다. 여기서 '공감'이 발생한다. 하지만 촬영자의 지인들은 렌즈를 통과한 '이미지'를 접한 것일 뿐, 촬영자와 동일한 체험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고화질로 촬영했다고 해도 한 쪽에 1억 화소 정도 된다는 사람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 보다는 영상의 절대적인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촬영자가 사진을 찍으며 느꼈을 산들바람이나 그의 주변에서 지저귀었을 새의 소리 그리고 그의 코를 간질였을 아득한 풀의 향기 등은 촬영자의 지인들이 사진을 본다고 해서 알(느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생활관의 내 침대에 엎드려서 PMP로 Buono!의 '夏の星空'을 들으며 묘한 행복감에 젖어 이 글을 쓰는 이 '체험', 그리고 이 체험으로부터 받는(그러니까 내가 가지는) 느낌은 결코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아마도 기술의 진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그 '체험' 자체를 기록하여 전달받는 사람이 해당 '체험'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나의 행복감을 수신자가 느낄 수는 없겠지만 그가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맡는 것을 그대로 그가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맡을'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체험의 전달'이 훨씬 쉽고 정교해질 것이다. 어서 '감각 레코더(recorder)'가 발명되길 고대해본다.


2013.08.09 (금),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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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페르불가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