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모래성, 취중진담 카테고리 없음2014. 4. 30. 15:02
감정의 모래성, 취중진담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다. 취했을 때 오히려 진심을 담은 말을 건넨다는 뜻인데…….
경험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아니라고 본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처럼, 술을 마셔 취한 사람은 판단력이 흐려지고 사리 분간이 잘 안 되는 법. 감각은 무뎌지고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상태에서 하는 사람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물론 ‘감정’이 강해지면서 본심을 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특히 사랑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평소에 제정신일 때는 입도 떼지 못하다가 술이 들어가면 갑자기 고백할 수 있게 되는 건 뭐란 말인가? 술로 용기를 얻었다고 좋게 포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성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을 간단하게 무시할 수 있는(=취한) 상태에서 ‘감정’이 나서서 설레발을 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떻게 되었든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사람의 진심이 그렇다면 기꺼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왜 이성이 허락하지 않았을까’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진짜 사랑하는데 경제나 기타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심지어는 평소에는 아무 느낌 없다가 술이 들어가서 폭발한 감정이 잘못된 대상을 선택한, 재수 없는 케이스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취중진담’이 ‘진심’이라 믿고 싶어지는가? 그렇다면 지금 이 글의 구성을 보면 된다. 논리는 언제 쓰러져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동력이 다 떨어진 기계와도 같고, 글을 쓰는 자의 태도도 굉장히 불성실하다. 게다가 이 글은 적어도 A4용지 한 장 분량은 채우던 관습을 깨고 이 문단에서 끝날 것이다. 그래도 취한 자를 믿고 싶어지는가? 그렇다면 마음대로 하시길! 다만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길.